본 포스팅은 nature지에 기고된 Kate Samardzic님의 글[What I wish my friends and family knew about my PhD]을 국문으로 옮긴 것입니다.
서포트는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6개월 전, 나는 학위논문을 쓰다가 무너져 내렸다[had a meltdown]. 데이터 시각화 소프트웨어인 Cytoscape 앞에서 좌절했고,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초안에 대한 혹평을 받고있는 스스로를 마주해야 했다. 내 멘탈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고, 반복되는 작은 좌절들은 스트레스가, 아닌 밤 중에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되었다.
내가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내 주변 사람들은 박사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입학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박사과정이 full-time job 이라는 것이나, 수업 대신 갖가지 미팅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친구들이 있다.
박사 학위를 따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은 종종 다양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학계에 있는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많은 박사과정생들이 스스로가 겪는 고난을 적당히 둘러대고 만다 [sugar-coating our experiences].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분야에 대한 애정, 연구에 대한 열정을 얘기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과정 중에 마주하는 스스로의 밑바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이 과연 진정으로 박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까? 수 주에 걸쳐 연구를 구상하고, 실험을 설계하고난 뒤 몇 날 며칠에 걸쳐 일련의 실험들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한동안 기다리고... 그리고 나서 얻은 실험 결과가 실패한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은 일들 말이다. 이러한 일들의 반복은 논문으로서의 성과 압박이 여전한 연구실 환경과 뒤엉켜 스트레스, 실망, 절망, 자기-불신이 된다는 것 또한 주변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PhD candidate으로서,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도 연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워라밸이 아주 중요한 것과 별개로, 박사과정중의 일들은 일이면서도 곧 내 인생, 삶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박사과정생으로 하는 일들은 자존감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고, 실패했을때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실패에 대해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고, 보다 탄력적으로 실패 시의 타격에 반응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일이 단순히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친구와, 가족의 이해,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들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어떤 방식의 도움이 필요한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친구와 가족들에게 원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박사과정이 힘든 과정인 것에 대한 이해, 우리는 똑똑한 사람이기 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 박사과정생들은 일에 자신을 상당부분 투영하여 일의 잘잘못에 대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이해
• 상기한 내용을 토대로 박사과정생에게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것이 박사과정생의 인생이 실패한 것이라거나, 종말이 왔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님을 알려주고, 아직 학생이라는 점을 주지시켜 줄 것
• 끊임없는 자기 의심 보다는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길 바람
• 졸업 시기에 대해서 묻거나 졸업 이후에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묻지 않길 바람, 준비가 되면 스스로 말할 것이며 다만 그 결과가 어떻든 가족 친구 여러분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해줄 것 -박사과정생들은 해당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 있고, 오히려 더 많이 두려운 상태일 수 있음-
나는 책상에 돌아와 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어떤 것에 스트레스 받았는지 물어봤지만, 나는 킁킁대고 "다!!!" 라고 소리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날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유는 특별할 게 없었다. 정말 "다" 였고, 그것은 그동안의 박사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누적이 엄마와의 통화를 통해 새어 나온 것일 뿐이었다.
이 다음 실험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 제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다음에 제출한 논문이 논문 출판 거절당하지는 않을 지, 일련의 일들이 끝난 뒤에 학위증을 받는 다 한 들 번듯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런 불확실성이 연속되는 나날들을 보내는 대학원생들에게는-다른 어느 직군도 그렇겠지만- 공감과 위로를 전할,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것을 알려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말:
처음 앞부분을 읽었을때는 엉 ㅜ 맞아 하며 공감했는데
다른 날에 마주하니 뭐 이렇게 나약해, 힘 좀 내야 살아남겠다 싶기도 하다. (물론 내 코가 석자지)
이건 영문을 국문으로 옮기면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 차이에서 오는 kibun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무려 네이쳐지에서 기사로 낸 아티클이니 네이쳐의 권위는 또 인정 해 드려야지 않나. 그만큼 많은 학생 연구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는 것일 테고.
다시 읽어도 똑같이 감명깊은 대목은
<일에 스스로를 의탁하여 연구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와 동치시키곤 한다>,
<언제 끝날 지 물어보지 마세요>
공감이 많이 됐다. 그래서 위로해라! 로 이어지는 글 자체에는 다소 회의적인 편이지만 대학원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는 맥락에서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누군가는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인도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글에 대해 뭐 맡겨놨니?? 하며 빡빡하게 굴고싶지는 않다.
대학원생 밈은 그 플로우가 있는건지
주기적으로 놀림당하거나 스스로 자조하다가 일침러의 등장! (지들이 가놓고~ ) 와랄랄라싸우고
결국 해결되는 것 없이 잠잠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원생이라는 불안정한 신분(문과는 인건비도 못 받는 경우 / 등록금을 직접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연구와 무관한 불합리한 상황들 등이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까지는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은 입장에 따라 <내가 선택해서 왔지만 이런 걸 바라고 온 건 아니거든> 할 수 있는 문제이니까.
그리고 본인도 대학원생인지라 직장인들도 퇴사염불 외잖아! 자기가 백수 싫어서 선택한거면서!! 하는 생각도 약간은 든다.. ^^
그것과 별개로 대학원생 밈이 과도하게 대학원생을 놀리고.. 모에화(.. 라고도 하던데 그건 내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 하는 등 본인이 자조하는게 아니라 타인이 ~취급 하는 흐름에는 썩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누가 괜히 과도하게 힘드냐고 물어보면 어 ^^ 아냐아냐 ^^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남에게 잘 사는걸 보여줘야 할 것 만 같은 콤플렉스도 한 몫 할 것 같다. ㅎㅎ
그런 일들이 대학원생에만 해당되겠느냐 가 2차로 등판할 법 했는데 어찌됐건, 덮어두고 잘 지내 하는 현상을 이 기사에서는 밑바닥까지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하고 있고.. ^^ 상담을 받든 뭘 하든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태나 겪고 있는 일들을 떠벌릴 필요도 있다고 본다.
뭐 나약하니 어쩌니 했지만 구구절절 본문보다도 더 덧붙인 말들을 보니 할 말 많았네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너무 중요하고 지나친 자기연민은 그것대로 건강하지 않아서 중간을 잘 찾고 필요시/가능시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슬기롭게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생각. (스스로에게 하는 말)
오늘도 내 자신 화이팅이다!!!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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