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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tudent and

2020년 회고와 2021년 계획

회고를 하려고 하는데 할 게 없네? 왜냐? 코로나 언제끝나 하다가 한 해를 끝내버렸으니까! 모르긴 해도 2020년은 정말 힘든 한해였다. 한 것도 없는데 뭐가 힘드냐 하면.. 사실 힘든 것에는 이유가 없잖아..? 차라리 일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힘들다 했던 게 뿌듯함과 어떤 결과물들로 보상이 되고 힘들다는 이야기 보다는 바삐 열심히 한 해를 보냈다고 회고글을 열 텐데, 올 해는 영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 하면 8할이 무기력이었다. 이유는 없었고, 그 때 그 때 적당한 핑계를 찾으려고 했다. 진행된 게 없으면 콩알만큼 뭔가 하고 주절주절 부풀려 말하곤 했던 것 같다. 알 만한 사람이 들으면 별 거 안했네.. 라고 나 속 빈 강정인거 알았겠지, 그리고 그걸 나도 아니까 속으로 찔리면서 피해의식을 이만큼 가지고 어디 내색은 또 못하니 남 눈치나 살피고 하는 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무기력은 사람을 드러 눕게 만들었고, 드러눕고나서는 다시 일어날 힘을 영 찾질 못했다. 그러나 누워있으면서도 무능과,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스스로 그리고 저 뒤에 쌓여있는 해야 할 일 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그 순간 존재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검사받아야 하는 자리, 혹은 일의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시 스트레스로 환원되었다. 그렇게 무기력과 우울은 무능과 스트레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으른, 의지 없는 모습의 나로 순환되었고 거기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기간이 길었던 것 같다.

 

교수님이나, 같이 일하는 선배가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뭔갈 행동하려는 생각은 차마 못했는데, 어느 날 잠깐 정신이 헤까닥 했는지, 지도교수 앞에서 허튼 소리를 하기에 이른다.

"교수님 저 일 하기 싫어요."

이게 아마 지난 달 말일테다. 2020년 연초, 3월, 8월까지만 해도 어떻게 지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최근 몇 주, 몇 달을 <보고드릴 내용 없음> 상태로 지내다가 더이상 안되겠다. 지도교수한테 이렇게 찡찡대는 학생이 어딨어 당장 나가!! 정도의 소리까지 각오하고서 몇 번 교수님께 한번 혼내주시라 말씀 드리는 상상을 몇 번 했는데, 그 말을 결국 입 밖으로 낸 것이다. 물론 우리 교수님은 그렇게 매정한 분이 아니셨고, 지금 시기가 어떻게 왜 중요하고,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너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등을 말씀해 주시며 열심히 또한 잘 해보라 도닥여 주셨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이렇게 시간 낭비할꺼야?" 라는 묵직한 팩트와 함께. 

 

그렇게 이제는 더이상 졸업까지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하에 2020년의 마지막 한 달을 불태우고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추가합격처럼 합류하게 된 글또는 주기적으로 마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나의 게으름을 이겨낼 핑계로서 유익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2020년을 되돌아보면, 일은 많아서 매번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진척되지는 않았고, 무기력을 핑계로 흘려보낸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운 좋게 맡게 된 데이터 분석 결과물들이 논문화가 되어 CV 한 줄이 생겨난 것과, 진행중이었던 논문의 마무리, 그리고 또 참여하게된 몇 편의 논문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일들을 벌려두었던 탓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기도 했다. 이 것의 문제점은 이제 간신히 정신차려서 일 좀 해보려고 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물려있는 것. 몇 주 전의 나였으면 <보고 내용 없음>상태를 지속하면서 쌓여있는 일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를 옴팡 뒤집어 쓰고 덜덜 떨기만 했겠지만, 이제는 그래도 하나씩 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교수님께서 한 번 믿어준 것을 저버리기 싫은 마음에 오버해서 밤을 새운다던지 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지난 한 해 동안 성과로는 논문 1 편, 참여저자 논문 1 편이 accepted 되었고, 두 편의 참여저자 논문이 submit 되어서 리뷰를 기다리고 있다. 수치상으론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계획되지 않은 성과들이 있고, 정작 목표였던 다른 과제들의 논문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너무 아쉽다. 시간을 좀 덜 낭비했더라면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에 이렇다 할 <저 이것도 했어요!> 가 마땅치 않은 점도 아쉽다. 매 해 배우고 하는 내용을 글로 옮기는 일을 좀 잘 해보자고 다짐하는데, 마감 없는 글을 우선순위로 쓰는 일은 애초에 잘 없었고, 그렇게 미뤄진 작업은 다시 들추어지지도 않은 채 Todo-list에서 저 아래로 사라져갔다.

 

이런 것들을 토대로 2021년 한 해는 정말 이만하면 충분히 열심히 했다.. 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와 공부에 매진하는 한 해를 보내고자 한다. 박사과정 입학 후 첫 두 학기에 충분히 방황했으니, 이제 그 길을 스스로도 잘 찾아 나갈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전과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졸업에 대한 목표의식이 보다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졸업 만을 목적으로 학위과정을 지내는 것이 바른 과학자의 자세냐 물으면 누구는 아니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할 누군가 처럼 교수가, 혹은 연구원이 되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졸업이고 갖춰야 하는 것이 박사학위 학위증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졸업을 목표하는것은 당연히 졸업할 만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어진 기간 내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 빨공빨졸, 서둘러 공부하고 빨리 졸업하기를 실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간단한 생활 측면에서의 목표, 연구 측면에서의 목표들을 설정 해 봤다. 

 

2021년 계획 (생활 편)

- 계단 이용하기  

- 영어공부하기 -> 포닥에 필요한 영어공부를 찾아서 하기!  

- 글또 예치금 차감 0원으로 완주하기, 다음 기수에도 도전하기 

- 글또에 올라가는 글들에 조금 더 아카데믹한 내용들을 많이 넣기 

- 불필요한 지출 줄이기 

- 주에 1~2회는 운동을 하기 

 

2021년 계획 (논문 편)

- M-pipe 작업 -> submit (~2.23)

- M-data analysis 작업 -> 영문교열 (~2.23)

- S-coding 프로젝트 -> 논문 초안 작업 

- 개인 과제의 논문화 시작 (2편 이상)

- 시간 낭비하지 않기, 주말에도 가급적이면 출근하고 할 일들을 하기

 

부디 돌아오는 새해에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주어진 연구들을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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