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raduate student and

2021 회고

1. 회고라고 쓰고 적어나가는 의식의 흐름. 제한 시간은 한 시간. (+12분) 미루고 미루다 이제사 슬 자리잡고 쓰기 시작한다. 머리로 쓸 내용이나 써야겠다는 생각이나 는 계속 하고 있었는데 (구차한 변명). 얼마전 급하게 마무리 한 제안서도... 약간 이랬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이고... 펜을 들고 하면 원하는 시기에 졸업에 조금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2.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변 인간들의 상황이 변하는데 (결혼, 취업, 이직, 승진, 졸업 등) 나는 변하지 않고... 어쩌면 뒤쳐진다는 기분을 느끼거나 누군가의 겉으로 보여지는 상황을 내 기준대로 재단하고 말도 안되게도 내  상황과 비교하며 자조를 한다든지, 자위를 한다든지 하는 경험에 스스로를 잠깐 한심해 하다가... 

 

3. 어느것도 소용 없음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는지 한탄하지만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중생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이었더라도 어떤 무기력이나 우울, 물리적인 병증을 해소하거나 버텨낼 수 있었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4. 그리고 또 어떤 시간에는 바삐 논문작업을, 코딩을, 오래간만에 해보는 수학 식 정리를 하면서 오늘 좀 열심히 했는걸?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 쯤 되면 그런 시간을 당연히 여길 법 도 한데, 그 일은 여전히 낯설어서 매번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이는데 여남은 에너지와 시간을 썼던 기억도 있다.

 

5. 또 올해는 유난히도 많은 시간을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에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은 누가 미웠다가, 어느 날은 누구에게 서운했다가, 또 어느 날은 너무 싫어서 미쳐버리겠거나. 사랑하기에도 모자른 날들이라는 표현을 관용적일만큼 써대는데 사랑할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 였는지, 빌런들이 주위에 그득해서인지, 내가 어디 나사빠진 인간이었는지 여러 경우에 여러 변수가 섞여있겠으나... 석사과정에는 여러 상황에서 내 멘탈을 갈았다면, 박사과정에 들어오고 나서 내 멘탈을 가는 대신 미움과 분노와 증오 (..) 말하자면 부정적인 감정으로 승화시켰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내 멘탈이 지켜졌나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지만? 덜 울었으면 단단해 진건가? 그 날들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선택이었나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6. 남들 보면 뭘 했고, 뭘 했고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이런 내용을 적던데 일적으로 쓸 말이야 뭐 뒤져보면 나오긴 하겠지만 그런 내용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 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인가 ? 산발적으로 고생한 기억이 띄엄띄엄 스치기는 하는데 이게... 비슷한 고민을 매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게 맞는건가..? 결국 빈약한 성과와 함께 느껴지는... 후회하고 싶진 않다고 하면서 후회의 감정만 덕지덕지 붙은 추억상자를 열어 보는 기분의 끝은 자기혐오이므로 회고를 각잡고 시작하는게 참 꺼려졌던 것 같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지난 해를 돌이켜 본다는 것도 좀 뼈 아픈 일이고 이를 글로 옮기는 행위를 통해 인정하는게 싫기도 하고.. 

 

7. 다짐이나 이런게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무한정 무기력의 굴레에 빠져있던 것도 아니다. 때때로 화이팅을 다짐했고, 어떤 연구자를 그리면서 보낸 시간도 분명 있었으며, 스스로를 뿌듯해 했던 날도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조가 습관이 된 것인지, 그런 시간과 별개로 결과물로 남은 게 성에 안 차니 그 과정도 못마땅한 것인지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그럴 듯 할 것 같다.) 여러 이유에서 답답한 응어리가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한 해를 보냈고 새 해가 밝았음에도 그 응어리는 싹을 피울지언정 풀어지지는 않은 듯 하다.  

 

8. 그래서 회고를 이렇게 끝내냐 하면 음. 더 할 말이 있나 싶은데 박2병 인가 (박사과정 2년차 병) ^^; 연구실에 들어온 지도 인턴 기간을 포함해서 5년을 꽉 채우고 이제 6년차가 되었고. 짬도 차고... 밑에선 뒤치닥거리가 필요한 애새기들이 징징대고 위에선 연구 외에도 연구실이 돌아가는데 너무 필요한 일들을 계속 주고 있고, 내 일은 내 일대로 해야하고, 그러면서 어떤 일에서는 장을 맡기도 하고 또 어떤 일에서는 원을 맡기도 하고, 누구는 졸업한다고 뭘 부탁한다고 그러고, 누구는 갑자기 몸이 아파서 일을 덩어리 채로 넘겨주고... 다 짜증이 나 버리는 (급발진)

 

9. 새해 다짐으로 저게 돼? 하는 계획을 세우고 기지를 다질 법 도 한데, 그럴 용의가 안 나는 걸 보면. 그리고 새해 벽두를 포함한 주말에 일 했냐고 물어오는 저 친구의 카톡이 영 마뜩치 않은 감정 상태를 보면... 올해도 쉽지 않겠는데 하는 생각 조금에...  그렇다고 정말 졸업을 위해 할 일이 많은 해라는 걸 인지하기도 했고, 은은하게 가족들이 내 졸업 준비의 안부를 묻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있고, 내 스스로도 빈약한 성과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10. 정말 어어어 하면 안되겠구나 하면서 대가리는 굴려 보았는데,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것도 아니라서. 일단은 주어진 일을 슬기롭게 + 성과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잘 풀어나가야겠다.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써야겠다. 위생에 신경 쓰고 시간 내서 운동을 하고, 스스로와 주위를 정돈하고 내 감정은 나를 돌보는 방향으로 조금 더 써 주고, 말은 더 조심히, 타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지양하더라도 그들에게 조금은 더 따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지키며...

 

#1 자우림의 팬이야

#2 자우림의 샤이닝

#3 신재평의 블로그 글 

때때로 조용한 밤에 묘한 기분으로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래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린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흐드러지게 많은 생각과 선택 끝에 다다른
단 하나의 결론들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반응형